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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언론개혁


기자실에 죽치고 있다 특종했다는 [중앙], 사이비언론 척결하자는 [조선]
조선일보는 언론일까, 사이비언론일까?
김동민 2007/06/13 08:46    

기자가 취재하여 보도하는 뉴스는 ‘현실의 재현’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기자의 주관이 개입돼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현실의 재현이라 함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한 ‘변형’을 전제로 한다.

영국의 글래스고 미디어 그룹의 설명에 따르면, 뉴스란 일정한 문화적 틀을 계속 유지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틀에서는 선호하는 우세한 해독(解讀)을 통해 현상유지적인 관점이 강화된다.

브리핑룸의 통폐합도 그렇다. 기자실 취재관행의 유지 또는 부활을 꿈꾸는 기자들은 브리핑룸 통폐합을 비롯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기자실 폐쇄’로 변형하여 반전을 꾀한다. 현실의 사이비언론이 가상의 사이비언론 척결을 주장하기도 한다. 사이비언론의 여론 지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죽치고 앉아 있던’ 者들아. 너희들이 진정 6월 항쟁을 촉발시켰더냐?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시론 ‘기자실, 6월 항쟁 그리고 노무현’(6월11일)을 보자. 1987년 1월 15일 서울대 학생 박종철의 사망 기사는 법조 기자실과 서울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던’ 기자들에 의해 햇볕 아래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은, 과거에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있었다는 사실과 “검찰 간부․검사 방을 도는 것”(무단출입)도 일상사였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이 중요한 취재현장을 정부가 폐쇄했고, 또 다시 대못질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기자들도 하지 않는 ‘무단출입 제한’을 ‘취재제한’으로 변형하여 마치 정부가 취재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처럼 모사(模寫)하고 있다.

그러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음으로 해서 박종철의 고문 치사 만행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그래서 오늘의 대통령 노무현도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1987년 1월 15일의 <중앙> 특종에 대한 김 위원의 설명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기사화되기까지의 부분만 현미경처럼 비춰보면 팩트에 어긋남이 없다.

그러나,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지 않고 말기증상을 보이는 군사정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며 감시의 눈을 번뜩였다면 박종철은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남산과 남영동에서 숫한 임의연행과 고문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그때그때 고발을 했어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코미디 대사가 나왔을까?

1987년 민주화운동 20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기자들은 반성부터 해야 옳다. 당시 시민항쟁을 기자들은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변형했기 때문이다. SBS 신경렬 기자의 고백을 듣고 김진 위원도 반추해보기 바란다.

“시위 초기에는 ‘박종철군 고문치사 규탄’과 ‘4·13 호헌 철회’ 주장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 지난 뒤에는 대회의 본질은 사라져버리고 외형적인 시위 현장만 보도됨으로써 마치 게릴라전을 관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 ․ ․ 당시 상황으로 보면 4·13 호헌 철회와 민주화 조치만이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직필의 고언이 정답이었음에도 상황 인식과 방향성을 제대로 논한 사설은 찾아보기 어렵다.”(6월 시민항쟁과 부끄러운 언론, 『관훈저널』2000년 여름호)

<조선일보> 문갑식 논설위원의 ‘언론 증오에 한술 더 뜨는 기자 출신들’(6월12일)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주도하는 기자 출신 청와대 참모들과 국정홍보처장을 조롱하는 글이다.

문 위원은 “글 쓴다고 다 기자는 아니다. 진짜 기자냐 편의상 잠시 기자를 해 봤느냐를 가리는 건 치열한 현장 경험과 훈련이다.” 라며 문화부 전문기자와 학술담당 기자를 한 김창호 처장이 “하는 짓을 보면 현장이 없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라는 게 새삼 분명해진다.”고 했다. 이 말은 문화부 기자와 학술담당 기자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문화와 학술영역은 현장이 아니란 말인가? 편집부 기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 부분은 더욱 가관이다.

“앞으로 기자들이 유념할 것 중의 하나가 ‘언론과 사이비 언론’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후배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비 언론이 언론 행세하는 걸 내버려두고 후배교육을 잘못 시키면 인생 전반을 언론인으로, 인생 후반을 언론 살생(殺生)으로 먹고사는 인간 유형이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 함께 생각해볼 숙제가 생겼다. <조선일보>는 언론일까, 사이비언론일까? 이런 기사를 쓰는 문갑식은 언론인일까? 문갑식은 어느 선배로부터 교육을 받았을까? 군사정권 시절 인생 후반을 ‘언론 살생’으로 먹고살았던 <조선>의 선배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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