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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에 깃든 한 여름밤의 예술축제
2003 다도해 예술체험캠프를 마치고
박관서/시인 2003/08/18 11:49    

풀무치와 함께 일어났다. 가슴께 걸쳐진 스티로폴 담요 위에 몸뚱이도 날개도 다리도 입술까지도 다 푸르디푸른 풀무치 한 마리가 밤새 울어 지친 듯 잠들어 있다가, 화들짝 놀라 바닷가 쪽으로 포르르르 날아간다.
여기는 한반도의 맨 남단 다도해의 작은 섬 외달도, 폐교수련원의 운동장에서 맞는 늦은 아침이다.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으로 어우러졌던 지난밤의 일들이 벌써 꿈결처럼 아득하다. 귓볼을 스쳐 가는 바닷바람이 따뜻하다.

△ 시를 노래하는 달팽이 박양희 님의 공연


2003 다도해 예술체험캠프의 둘째 날이다. 그렇다. 다도해라는 이름도 그렇거니와 예술에 더하여 체험에, 캠프까지라니, 그러하다. 교과서나 신문잡지 또는 TV나 영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시와 노래와 춤, 그리고 영상의 향연을 그것도 직접, 여럿이 모여 편하게, 그것도 외따로 떨어진 작은 섬의 한 편에서, 한 여름밤에 즐긴 것이니, 어찌 꿈 같지 아니 하겠는가.

지난 8월 9일부터 10일에 걸쳐 1박 2일로 외달도 해변 폐교수련원에서 진행된 2003 다도해 예술체험캠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예술체험캠프였다. 지난해에는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져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민예총(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목포지부, 지부장 곽재경, 이하 민예총이라 함) 산하의 문학, 미술, 음악, 풍물, 사진영상, 만화, 무용 등의 장르가 함께 참가하여 결합한 복합예술체험캠프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지난 8월 7일부터 9일에 걸쳐 무안군 '학생의 집' 수련원에서 음악, 풍물, 무용 등이 어우러진 '인디록음악캠프'가 진행되었고, 나머지 문학, 미술, 만화, 사진영상 등의 캠프가 외달도 폐교수련원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이번 캠프에서는 전통적 예술장르 이외에 영상, 만화, 인디록, 댄스 등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로 대두한 문화예술장르를 수용하여, 이에 민감한 지역청소년들의 문화예술적 욕구를 반영하고자 하였다.

△ 청소년들의 대안문화를 찾아서-2003인디록음악캠프


현재 목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대석, 조병연, 김호원, 강금복, 양태백, 김경섭 등 민예총 소속의 화가, 만화 및 사진작가 등 17인의 작품들이 각기 나누어 새겨진 행사티셔츠를 입고 배에서 내린 외달도 해변에는 역시 이들의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언제나 잘 정돈된 전시장에서만 보던 미술품과는 전혀 다른 작품의 형상들이 금빛 햇살과 바람과 파도와 폐선들 사이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들을 따라 수 천년 멀리 인간의 깊은 사유와 명상으로 이루어졌을 아름다운 예술의 바다로 입소하였다.

그리하여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과 잰걸음으로 한 삼십 분 정도면 한바퀴 순회가 가능한 섬구경에 나선 강사선생님들로 해서 캠프의 입소식 자체가 어수선한 채 늦어졌지만, 무엇이 문제이랴. 늦으면 늦은 대로 어수선하면 어수선한 대로 놔두는 것이 또한 우리들이 본질적으로 누려야할 자유가 아니던가. 문화와 예술이 최종적으로 지켜내야 할 마지막 가치가 아니던가. 우리들은 지금 문화와 예술의 한복판에 발가벗고 안겨있는 것이었다.

△ 소설가 천승세 님의 문학강연


그러했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시작한 천승세 선생님의 강의는 그러므로 쏟아지는 여름햇살처럼이나 뜨겁고 강렬한 것이었다. 명예나 권세나 사욕이 그립거든 차라리 한쪽 귀를 잘라서라도 예술의 순결성만은 지켜내야 한다는 선생님의 전언은, 그러므로 지역예술계를 사랑하는 선배예술인으로서의 안타까움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느껴졌다. 마치 예술인의 밥이 순결성이라면, 우리의 밥그릇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앞장서서 외치는 늙은 대장원숭이의 외침 같은 결연함은, 재치 있는 화가 조병연의 스케치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 모둠 미술창작캠프


곧이어, 문학, 미술, 만화, 음악, 무용, 사진영상 등이 어우러진 모둠예술창작 체험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각 장르별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모둠을 이룬 창작자들은 평소에 본인들이 갖고 있던 예술창작에 대한 생각과 기량을 유감없이 펼치면서 또한 함께 논의해 보는 시간이었다. 수련원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화가 박대용, 박일정, 박대석을 중심으로 미술캠프가 열렸으며, 그 옆 시원한 소나무 그늘에선 어린 꼬마아이들의 눈망울들 망울망울 매달린 만화체험캠프가 펼쳐졌다. 수련원 강당에서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쭈빗쭈빗 기웃대던 까까머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용캠프가 열띠게 진행되었으며, 이정록 시인이 함께 한 시창작체험반은 아예 멀리 바닷가 폐선 하나를 빌려(?) 진행되었다.

△ 이정록 시인과 함께 하는 모둠 문학강의


참으로 그러했다. 이처럼, 체험캠프 사이사이를 누비며 무시로 들이대던 카메라 앵글 속에 잡히는 또랑또랑한 눈망울들처럼, 예술이란 실은 우리들의 삶 속에 가장 구체적으로 가장 깊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의 고삐를 움켜쥐고 끌고 가려는 이들의 짐승 같은 무식함으로 하여, TV드라마로, 스포츠중계로, 신문잡지로, 뒷골목 술집으로 잠시 물러나 있는 것일 뿐, 참다운 예술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나 바람처럼 언제나 우리들 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멀리 작은 등대들도 은빛 불꽃들을 깜박깜박 켜올려 주고 있었다. 모둠학습은 예정시간보다 삼십 분을 넘어도 끝날 줄을 몰라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두워진 사위로 하늘도 산도 바다도 모두 하나가 되어 흐릿흐릿한 어둠 속에 사람들의 얼굴만이 섬으로 떠오르는 시간,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 '꼬두메'의 선율을 배경으로 가수 오영묵, 박양희, 허설 등의 노래가 밤바다를 헤쳐 나아갔고, 뒤이어 고영심, 안오일, 전향미, 최자웅 시인 등의 시낭송이 밤하늘에 꽃으로 피어올랐다. 훗날 언젠가 떠오르는 기억의 잔잔함으로 우리들의 삶이 의미 있어 지는 것이라면, 이처럼 밤바다에 울려 퍼진 서정의 꽃노래가 그 한 빌미로 돋아나리라.

△ 2003다도해 예술체험캠프-다도해에 깃 든 한 여름밤의 예술축제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틈을 먹빛 어둠만큼이나 멀리 뚫고 나온 밤바다의 먼 섬에서 어찌 잔잔한 서정뿐이겠는가. 우리들은 곧이어 빵-빵-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쳤고, 최근 민예총에 합류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경진 원장의 지도하에 스포츠댄스, 라틴댄스 등 각종 댄스를 감상하며 한 여름밤의 서정 위에 뜨거운 몸을 부렸다. 밤 12시가 다 되어, 풀벌레소리 스며드는 바닷가에서는 영상위원회에서 준비한 영화 '취화선'을 감상하고, 한 쪽에서는 행사주최측 예술인들이 모여 조촐한 술판이 벌어지고, 잠 못 이룬 이들은 오렌지색 물든 밤바다의 가등 아래를 물고기처럼 떠돌면서...... 하룻밤이 흘러가고......

△ 목포 인근 다도해의 작은 섬 외달도
외달도

우리들은 어떻게 잠들었던가. 아니 깨어났던가. 그것이 구겨버린 그림이든, 포기한 노래이든 춤이든, 다 마치지 못한 언쟁이든, 우리들의 그날은, 지나 가버린 꿈처럼 다시 우리들 내면의 바다 깊숙이 잠겨가리라. 섬처럼, 마음으로만 그리워할 뿐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하룻밤의 꿈이 되리라. 축제가 되리라. 생은 꿈속에 있고, 꿈은 생 속에 있어, 그를 잇는 계단이 바로 예술이자 축제이어서 우리들의 일상은 다시 활기차게 태어나는 것이리라. 멀리 날아 가버린 풀무치의 푸른 눈빛처럼 언제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리라.


독자 의견 목록
1 . 행사 끝나고 dlfb 2003-08-18 / 16:16
2 .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네요. 최성환 2003-08-19 / 15:28
3 . 아주 좋았는데요^^ 참가학생 2003-08-19 / 18:22
4 . 목포 축제로! 목포사람 2003-08-22 / 17:38
5 . 그러고 보니 자연은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추가루 2003-11-25 /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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