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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젊은 예술인을 위한 제언
예총이니, 문협이니, 미협이니 하는 깃발을 내리자!
박관서/시인 2003/07/11 13:53    

얼마 전에 목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화가들이 모여 'PAR'라는 동인회를 만들어 목포문예회관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하였다. 출품된 작품의 내용이 주는 참신성도 좋았지만, 이처럼 젊은이들이 모여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 나아갈 바를 함께 모색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진정한 발전의 동력은 항상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활력에서 우러나는 법이다.

하지만 그 때, 절친한 후배 예술인이 건네주는 노란색 바탕에 4단으로 접힌 전시회 팜플렛을 펼쳐든 순간 한 마디 충고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와 서로 얼굴을 붉혔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예총이니, 미협이니, 문협이니 하는 흘러간 옛노래가 넘실거리는 지역예술계의 후진적인 모습들이 실루엣으로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편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누구에서건 문협이니 미협이니 하는 약력을 보면, 솔직히 한 수 접고 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서는 바로 무국적 난민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예술인이 가져야할 순결성은 저리 가고 온갖 지저분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때문이다. 돈 몇 십만 원으로 잡지를 사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몇 천만 원으로 특선을 해서 화가나 서예가로 이름을 얻고 하는 예술가로서의 기본적인 불구성도 그렇지만, 도대체 총칼로 나라와 민족을 도륙낸 일제시대에 예술인을 주구로서 앞장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던 '문인협회'나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져 유감 없이 독재의 앞잡이 노릇을 해온 '예총'에 몸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 군사독재에 빌붙어 일신의 안일을 추구하던 문인협회의 원조 서정주와 4.13 호헌 조치에 어떤 단체보다 앞장서서 찬동선언을 했던 예총회장 김동리 (사진/네이버검색)
생각나지 않는가? 꽃다운 처녀와 청년들을 꼬드겨 위안부와 식민용병으로 내몰고, 독기 서린 독재자의 미소를 석가모니의 미소 같다느니, 전라도는 종놈의 근성이 있다느니 어쩌느니, 대를 이어 군사독재에 빌붙어 일신의 안일을 추구하던 문인협회의 원조 서정주와 군사독재의 연장을 획책하던 4.13 호헌 조치에 어떤 단체보다 앞장서서 찬동선언을 하던 예총회장 김동리의 행적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아직도 어디에 꼬드길 처녀나 우둔한 민중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일년에 몇 천 만원의 보조금과 무슨 무슨 '상'이니 무어니 하는 이름으로 아직도 유지되는 지역예술계의 '음습한 체계의 그늘'이 따뜻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예술에 둔감한 일반 시민들의 '오- 오- 예술가여' 하는 관심과 몇 푼 돈으로 환산되는 약력의 힘이 그리워서 인가? 웃기지 마라. 예술이란 끊임없이 가래침을 뱉어 자신의 얼굴에 문지르는 행위여야 한다. 세상의 그늘과 고통을 양식으로 끊임없는 불온성과 반역성을 추구하지 않는 예술은 이미 맛이 간 것이다. 코스춤일 뿐이다.

그리하여 이제 진심으로 얘기하나니 '예총'이니 '문협'이니 '미협'이니 하는 깃발은 내렸으면 한다. 어떤 시골노인이나 시장판의 아줌마라고 할지라도 '자유당'이나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그 당적을 지니고 있다면, 그를 제정신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인간의 의식과 정신을 다루는 예술인의 입장에서야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는가. 우리들의 가치는 우리 스스로가 올려야 하는 것이다. 한번 멋지게 앞장서서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예술풍토를 열어제끼는 한국예술의 중심이 되어보자. 그거, 힘차게 깃발을 내리면 된다. 분명하다.

그리하여, 그때 그 후배 화가에게 했던 충고는 아직도 유효하다. "몸조심해라. 예술인이란 사실 정치인보다도 더욱 높은 단계의 순결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에서의 젊음이란 육체적인 것이 아니고 정신과 의식에서 발현되는 생동감이란 것을! 제발 냄새로부터 멀리 해라."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나니, 말하지 않아도 정말 힘 든, 이런, 글에 대하여 대뜸 없는 전화나 뒤편에서의 음습한 논란은 질색이다. 제발 나를 건들지 말고 내 의식을 건들었으면 한다.
명색이 나는 의식으로 먹고사는 예술인의 이름을 달고 있으며, 말석이나마 예술단체의 일을 보고 있다. 이 지면 이 자리에 똑같은 형식의 글이 앉을 자리는 이미 예약된 터이다.

말해보라. 지역의 예총, 문협, 미협의 그 많은 소위 예술인들이여.
특히 젊은 예술가들이여, 우리 터놓고 얘기해보자!



*주: 목포저널에도 게재한 칼럼입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글의 힘 북항 2003-07-12 / 02:32
2 . 맞아요. 예술단체가 너무 활동을 안해요, 아니면 목포인 2003-07-12 / 13:13
3 . 박관서님의 글, 정말 힘이 있군요. 자영업자 2003-07-12 / 17:49
4 . 뜻있는 제언에 감사드리며... 조동준 2003-07-15 / 13:51
5 . 예총...이거 군발이들이 시켜서 만든 것 맞네요. 시민 2003-07-17 / 16:05
6 . 하나 더 올립니다. 또 시민 2003-07-17 / 16:26
7 . 따질 것은 따져야 삼류 2003-07-18 / 01:07
8 . 관변단체인 미협의 현실체가 이렇습니다요.(무등일보 펌) 목포인 2003-07-18 / 16:13
9 . 목포의 미래 후추가루 2003-11-25 /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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