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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서의 문화찾기


다도해의 푸른 시(詩)를 위하여
박관서/시인 2003/11/24 19:06    

많은 이들이 지역문화 활성화를 외치고, 각 지자체에서는 앞 다투어 지역문화축제를 열곤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자못 활발해 보이는 지역문화의 이면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처참한 나신이 드러난다.

전남 서남지역 각 면 단위에 소재하는 농어촌 섬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상을 보면 그 참담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수업으로 찬밥이던 문예수업이 7차교육과정에서는 아예 내신평가에도 빠지게 됨으로써 정당(?)하게 외면할 수 있게된 것이다.
미술, 음악, 문예창작 과정의 누락은 물론이며 아예 문예교사를 배치하지 않은 채 한 명의 교사가 몇몇 학교를 순회수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문예수업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교육의 목적이 지(知), 정(情), 체(體)가 고루 조화되는 전인교육의 추구라는 기본적인 얘기는 놔두고라도 21세기는 지역문화의 시대니 무어니하는 슬로건 앞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싶다.
중앙을 비롯하여 지역 자체 내의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문화활성화를 외치며 많은 문화예술활동을 펼치지만 정작 남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또는 소위 돈 되지 않는 농어촌 도서지역은 멀리하고 있는 게 진짜(?) 지역문화의 현실이다.

전남민예총과 목포작가회의에서는 이러한 지역현실을 반영하여, 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지난 9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전남서남 지역의 문학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진행중이다.
한국문예진흥원과 전라남도의 후원으로 개최하고 있는 ‘2003 도서지역 찾아가는 문화학교’가 그것이다. 하지만 농어촌 및 섬지역을 주로 어우르고자 하는 문학수업은 그 진행 자체가 어렵다. 우선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섬에 잘못 들었다간 급작스런 태풍에 갇히기도 하고, 또한 시골오지까지 오고가는 경비 자체도 만만한 게 아니다.
따라서 농어촌을 찾아가는 문학수업은 주로 현지에 거주하는 문인이 담임을 맡아 현지 학교와 협의하여 진행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에 따라 전남 무안군의 해제중학교는 현지에 거주하는 김경수 시인이 맡았고 진도의 의신중학교는 소설가 곽의진, 진도실업고등학교는 박남인 시인이 맡아 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신안 안좌도의 안좌중학교는 안오일 시인, 해남 송지고등학교는 유종화 시인과 정윤천 시인이 맡아 진행하였으며 목포의 정명여고는 박관서 시인과 김희저 소설가가 맡아 진행하였다.

적당한 시내지역만 되어도 글짓기 학원이니 논술학원이니 하는 사설교육기관들이 즐비하지만 시골지역, 특히 섬지역 같은 경우는 글짓기 학원은 커녕 학교선생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현지 학생들의 반응은 도시지역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이번 문학교실은 문학이론과 창작실기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인 민예총의 특성을 살려 시인, 작가 이외에 화가와 음악가 등이 다양하게 참가하여 비교적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하게 진행되었다. 예를 들면, 참가 학생들이 쓴 시를 화가들이 함께 참가하여 시화나 시화엽서를 만들어 시화전시회를 열어봄으로써 시가 지닌 회화성에 대한 이해를 돋웠으며, 또한 이를 음악가들과 함께 음률을 붙여 시노래로 만들어 불러봄으로써 시가 지닌 리듬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했다. 이러한 문학수업은 평소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문학수업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하는 것인 동시에 문학이 지닌 여러 측면의 예술성을 함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지 학교의 불비한 사정으로 문예반 학생들과 함께 밖에서 따로 진행한 진도실업고등학교의 지난 토요일(11월 15일) 수업 진행과정을 보자.
이날 수업은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 시간은 모방시쓰기 수업으로 ‘내 인생의 5대 뉴스’라는 제목으로 모방시를 써봄으로써 시창작의 전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모했으며, 두 번째 시간은 시낭송 전문가인 전향미 시인과 함께 시낭송의 이론과 실제에 대하여 공부하였다.
또한 세 번째 시간에는 목포청년문학회장인 유종시인과 함께 문학동인 운영을 위한 합평회의 진행방법과 기타 문학동인의 바람직한 운영방안을 공부하였다.
이러한 수업진행은 참가 청소년 각 개인의 창작역량에 대한 재고뿐만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문학수업을 진행 할 수 있는 틀을 만들도록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찾아가는 문학교실에서 창작된 청소년의 시 한편을 보면서 글을 매듭짓기로 하자.

소금은 바닷물과 햇빛의 결정체라지만 나는 믿지 않아요
소금은 아버지의 땀이 모여 하얗게 꽃으로 핀 것이지요
땀과 땀이 모여 핀 꽃, 땀꽃이 세상을 알맞게 간하는 것이지요


-시 ‘소금’ / 정미순(무안 해제중 3년)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얼마나 많은 시집들을 내고는 있지만 정작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 한편 제대로 찾아 읽기 힘든 현실에서 문학수업 한 번 재대로 받아보지 않은 채 다도해의 푸른 바다에 안겨 꿈을 키우고 있는 시골 중학교 3년생이 쓴 위 시는 참 깊은 감동을 준다.
소금을 주제로 해서, 아마 염전이나 인근 바다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의 노동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더불어 땀‘꽃’으로까지 피어나는,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인식은 도리어 허황된 수사로서 시 자체를 괴롭히고 있는 많은 기성문인들이 반성해야할 대목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 본 칼럼은 목포저널에도 개재되었습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목포의 학교와 그 현실 후추가루 2003-11-25 / 21:18
2 . 뭐가 안 심각해요? 후추가루님 고추가루 2004-01-09 /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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